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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관기

제61회 미국생물물리학회 정기학술대회 참관기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자

    2017-04-01
  • 조회수

    308

61회 미국생물물리학회 정기학술대회 참관기


 

 

 

 

한승수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hsspoket@hanmail.net



  미국 생물물리학회(Biophysical Society) 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국제 학회로써 생물물리학 전반을 아우르는 매우 규모가 큰 학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생명 현상의 분자생물학적 기작을 규명하고 심도 깊게 이해하기 위하여 다양한 최첨단 생물물리학적 기법을 활용하는 전세계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회이다. 생물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고분자화합물(DNA, 단백질 등)에서부터 세포, 개체에 이르기까지 그 연구 범위는 매우 넓고 연구에 활용하는 최첨단 기술이 끊임없이 개발 및 소개되고 있어 참석만으로도 매우 뜻 깊은 학회이다.

 

 

​  금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된 학회는 본인에게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뜻깊은데 박사학위과정 이후 처음으로 독립된 연구 주제를 다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본인은 식물의 환경 스트레스 반응 신호전달체계에서, 구성 단백질들간의 상호작용 강약을 조절하여 식물의 스트레스 반응 정도를 목적에 맞게 미세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해당 신호전달체계를 강하게 만들면 식물은 스트레스에 잘 견디지만 분화 및 성장 등이 멈춘다. 반대로 적용하면 생장 및 분화는 활발히 이루어지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해져 쉽게 죽어버리게 된다. 최근, 이러한 문제는 지구촌 식량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벼, 옥수수 등 작물 생산과 연관되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급격한 환경 변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식물의 생산성 확보를 바탕으로 한 환경 스트레스 대응 기작 연구는 필수불가결함이 틀림없다.

 

  위와 같은 연구를 위해 단백질간 상호작용 세기를 분석하기 위하여 X선 회절 구조 분석법, 소각 X선 산란 기법(SAXS), 수소/중수소 치환 질량 분석법(HDX-MS), 생체분자층 간섭 측정법(BLI) 등을 사용하였다. 본인은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의 최신 연구동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Protein Structure and Conformation’ 세션에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강연을 통해 전세계 연구자들이 동적 단백질 움직임의 무질서도(Protein Dynamics and Conformational Entropy)’에 초점을 맞추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1-2개의 단백질 잔기 변화가 유도하는 상호작용 세기 변화 원인을 지금까지는 단순히 화학적 결합에 기반하여 분석했다면, 최근에는 단백질 자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동적 움직임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서 용액상 단백질의 특성을 좀 더 실제와 가깝게 분석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동적 단백질 움직임의 중요성은 단백질 구조 분석 기법의 변화를 또한 야기했다. 기존 결정학을 통한 단백질 구조 분석은 정적 단백질의 모습만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X선 자유전자 레이저(XFEL) 기술이 도입되었고, 정적인 줄만 알았던 단백질의 모습을 펨토초 단위로 잘게 쪼개어 단백질 동적 특성의 분석을 가능하게 하였다. 아미노산 잔기의 Rotamer 변화를 추적하여 단백질 상호작용의 원리를 더욱 직관적이며 원초적으로 분석해 내는 연구자들이 실로 대단해 보였다.

 

  ​이러한 전세계 석학들의 모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연구 방향을 스스로 제시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미국 뉴올리언스는 때때로 지루하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박사 학위과정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나의 머리를 신선하게 만들어주었던 활기 넘치던 도시였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는 80%가 물에 잠기는 아픔을 겪었지만 시민들은 그 특유의 활기와 유쾌함으로 이겨내었고, 2017년 그 모습은 도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항상 라이브로 연주되며 길거리에 흘러 넘치는 재즈 음악과 함께 상대방의 실수도 한 순간의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그 여유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을 앓고 있는 일개 대학원생에게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부여했다. 어쩌면 이러한 여유가 새로운 에너지로 작용하여 세상을 놀라게 할 연구 결과와 함께 몇 년 뒤 다시 생물물리학회를 참석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