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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al Research

신경계 질환 대상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정

  • 작성자

    주경민 (성균관대학교)
  • 작성일자

    2021-12-15
  • 조회수

    4501

신경계 질환 대상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정 

 

 

 

주경민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해부세포생물학교실

kmjoo@skku.edu

 

척수손상,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은 일반적으로 치료하기 어렵고 수십 년 동안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많은 부담을 안기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체와 병에 대한 연구를 주업으로 하는 길을 택한 연구자에게도 중추신경계 질환은 그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질병의 새로운 세계였다. 중추신경계 질환은 의대 6년을 공부한 이후에도 처음 들어보는 질병명이 많을 정도로 매우 다양한 질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병의 발병연령도 신생아에서부터 노인까지, 질병의 진행속도도 수 시간에서부터 수십 년까지, 질환마다 그 특징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중추신경계 질환에서는 결국 신경세포(neuron)등 세포의 사멸(death)이 발생하며 이러한 세포의 사멸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그리고 회복되기 어려운 증상으로 발현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신경세포는 다른 조직의 세포와는 달리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증상은 근본적으로 발병 이전단계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의학은 중추신경계 질환을 치료하기 보다는 남아있는 신경세포를 최대한 잘 보호하여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중추신경계 질환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환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고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완전히 막더라도 그 때까지 손상된 신경조직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소실된 중추신경계의 기능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중추신경계 질환 동물모델을 분석하여 질병의 병태생리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가 궁극적으로 얼마나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끊이지 않는 의문은 결국 신경조직은 질병이 사라지더라도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한계점 때문이었다. 이 때, 관심을 갖게 되었던 연구동향은 줄기세포, 그 중에서도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에 대한 것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생쥐 등 동물에서 발생 중인 태아 뇌가 아닌 발달이 끝난 성체(adult) 뇌에도 해마(hippocampus) 치아이랑(dentate gyrus)의 과립밑층(subgranular zone)과 뇌실(ventricle)을 따라 뇌실밑층(subventricular zone)에 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하며 이들이 지속적으로 신경세포를 생성한다는 사실이 보고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신경줄기세포는 설치류(rodent)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 영장류(primate)에도 존재함이 밝혀졌다. 특히, 해마 신경줄기세포로부터 유래한 신경세포는 해마의 중요 기능인 새로운 기억의 생성과정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은 성체 뇌에서도 신경줄기세포에 의한 신경세포의 생성이 중추신경계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대학원 과정 시기에 우리 나라에서는 생명 복제 기술이 매우 발전하고 있었다. 생명 복제 기술의 원천 기술은 체세포(somatic cell)를 핵이식을 통해 줄기세포로 변환하고 이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기술은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사실 태아의 뇌를 이용한 연구는 윤리적으로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생명 복제 기술 또한 여러가지 윤리적인 이슈를 노출시킨 바 있지만, 성인의 뇌를 이용하여 신경줄기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다면 윤리적인 문제없이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의 근본적인 한계점인 신경 재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대학원 졸업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사망 직후 성인의 뇌를 기증받는다면 성인의 뇌에서 신경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실정상 매우 어려웠다. 현재의 관점에서는 신경줄기세포치료제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이를 근거로 장기 기증과 동일한 기준과 방법으로 뇌조직을 기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기증된 뇌조직은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과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지도교수님의 소개로 신경외과에서 수술할 때 제거되는 뇌수술조직을 이용해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이 때부터, 사람 성인 뇌조직으로부터 성체신경줄기세포를 실험실 단위에서 분리 배양하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신경줄기세포 배양은 혈청(fetal bovine serum)을 첨가하지 않는 무혈청 배지를 기반으로 표피성장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와 섬유모세포성장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 FGF)을 이용해 신경줄기세포를 자극해 삼차원의 신경세포구(neurosphere)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었으며 연구실에서 성인 뇌조직으로부터 분리 배양한 세포도 같은 조건에서 신경세포구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삼차원 배양은 현재의 오가노이드(organoid) 배양과 비슷하며 신경줄기세포뿐만 아니라 신경세포구 내에서 자발적인 분화를 통한 다양한 신경세포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신경줄기세포의 대량배양과 순수한 신경줄기세포의 배양 측면에서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신경세포구 방법으로는 단단하게 세포구를 형성한 세포들을 다시 단일세포로 분리해 계대배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계대배양이 지속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은 삼차원 배양대신 부착배양법을 도입함으로써 해결되었고, 이 과정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승업 교수님께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셨다.    

 

성인 뇌조직으로부터 신경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기법을 확립한 이후의 연구는 신경줄기세포의 임상 적용을 위한 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CMC) 확립과 비임상 시험(효력시험, 분포시험, 독성시험, 종양원성 시험 등)의 지난한 과정이다. 보통 연구실 수순에서는 배양한 세포의 치료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다양한 동물모델 혹은 세포를 이용하여 진행하고 그 치료 메커니즘을 밝혀 그 결과를 논문으로 통해 보고하지만, 사실 효능평가는 세포치료제 개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효능이 있는 세포주를 확립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이 세포주를 치료제로 개발할 근거를 연구실 수준에서 마련한 것이고 실제로 세포치료제로써 환자에게 투여하기 위해서는 이 치료제의 안전성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아닌 연구결과의 실현과 응용이 목적이 되고, 많은 자금이 소요되므로 연구의 영역에서 사업화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신경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10년이상 진행하여 이 세포의 배양방법을 확립하고 그 효능을 실험적으로 확인하였지만 현재 임상연구까지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2018년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벤처투자회사로부터 치료제 개발을 위한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구자로써 사업화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만 줄기세포 연구를 함께 진행하였던 대학원 학생 중 한 명이 졸업 후, 벤처투자회사로 진로를 정해 창업의 계기가 되었고 창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연구자로써 CMC 확립과 비임상 시험은 얼핏 이미 정해져 있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연구실에서의 연구결과가 CMC 확립과 비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진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일례로, 독성시험, 분포시험, 종양원성 시험 등 비임상 동물시험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의 투여경로와 투여용량을 반영해야 하는데 임상시험의 투여경로와 투여용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투여경로와 투여용량으로 동물모델 효력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투여용량 결정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투여용량으로 동물모델 효력시험을 진행하여 어느 투여용량부터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료효과가 관찰되는지 그리고 어느 투여용량이 더 이상 치료효과가 좋아지지 않는 최고용량(saturation level)인지를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연구실 수준의 연구를 통해 질병동물모델에서 투여경로와 투여용량에 대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임상시험을 계획한 뒤, 임상시험에서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비임상 시험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포치료제의 투여경로와 투여용량은 CMC 중 공정개발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데 환자에게 투여할 세포수와 해당 투여경로를 통해 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의 부피를 근거로 생산될 세포치료제의 부피와 농도를 결정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해당 부피와 농도로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한 최적의 공정을 개발할 수 있다. 물론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세포농도로 생산된 치료제를 이용하여 여러가지 비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질병의 병태생리 연구에서 세포치료제 개발까지 거쳐오면서 현재는 중추신경계질환 대상 세포치료제 임상 1/2a 시험을 두 가지 적응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두 건을 더 진행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이 과정 중에서 연구자로써 개발자로써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단계단계 마다 과학적 근거와 논리적 추리가 필요하다는 것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피드백을 중요하게 받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중추신경계 질환을 대상으로 한 세포치료제로 임상 3상까지 끝낸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개발 중인 치료제가 임상 시험을 거치면서 실제 환자에게 유의한 효과를 지닌 안전한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지 담보할 수는 없지만 파괴된 신경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신경조직 재생을 위한 치료법 개발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세포치료제는 특정치료유전자를 탑재함으로써 세포유전자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환자에게 투여된 후 생존능과 안착능을 증진할 수 있는 기술이 추가적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연구개발 경험을 토대로 보다 효과 있는, 안전한 중추신경계 질환 대상 세포치료제 개발을 지속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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