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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오가노이드의 임상적 활용을 위한 연구
작성자
정재욱 (충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작성일자
2023-07-17조회수
4872폐암 오가노이드의 임상적 활용을 위한 연구
정재욱
충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universe7903@gmail.com
학문의 즐거움을 찾아서
중학교때 우연히 읽게 되었던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라는 책이 내가 의사가 되고 또 의사과학자가 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이 책 내용처럼 "나는 바보니까..."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학문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내과 전공의를 마칠 때쯤 군의관 대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기로 결정을 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부 임대식 교수님의 실험실에서 박사 과정 동안 Hippo 신호체계가 폐의 발생, 분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knock out 마우스와 세포주 실험, 항체 만들기, 단백질 분리 등 다양한 기초 연구들을 진행했다. 그 동안 많은 훌륭한 교수님들, 선배님들, 친구들, 후배님들을 만날 수 있었고, 특히 실험실 선배님이신 캠브리지 대학교의 이주현 교수님과의 인연을 통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해외 연수를 하면서 폐 오가노이드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13년 충남대학교 병원 호흡기 내과로 돌아와서 임상 진료, 학생 교육,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폐암 환자 진료를 주로 하면서 박사 과정동안 연구했던 YAP이라는 종양 유전자가 폐암의 중요한 표적 치료제인 EGFR-TKI 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하였고, 폐암에서 YAP이 면역 항암제의 주요 타겟인 PD-L1의 전사를 직접 조절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병원에서 환자 진료도 하고 연구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였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보람과 “학문의 즐거움”도 같이 느낄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고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으며 의과대학의 많은 선배 교수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들도 큰 도움이 되었다.
폐암 오가노이드의 임상적 활용을 위한 연구
폐암은 표적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의 도입으로 생존율이 10년 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전신에 암세포가 퍼진 4기 폐암 환자도 표적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치료에 잘 반응하면 몇 년 동안 특별한 불편함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폐암은 여전히 암 사망 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암제에 대한 효과가 별로 없는 환자들, 약제 부작용이 심한 환자들도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결국은 항암제 내성으로 인해 병이 진행되어 사망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선택하고 약제 내성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이용한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과 관련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포주나 마우스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효과가 좋았던 약들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연구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서 인체에서의 약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수요 또한 매우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오가노이드 분야이다.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종류의 줄기세포에서 유래된 3차원 세포 구조로 인체의 실제 장기를 구성하는 여러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 조직을 이용하여 해당 장기의 종양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폐암 오가노이드 연구의 현재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폐암 오가노이드는 대부분 수술 조직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는데, 실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을 받지 못한다. 둘째, 폐암 오가노이드 내에서 암 세포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폐암 수술 조직으로 폐암 오가노이드를 만들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가노이드를 구성하는 세포 중 정상 폐세포의 비율이 증가하고 암 세포는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셋째, 조직 검사 검체로 만드는 폐암 오가노이드의 배양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폐 조직 검사, 특히 경피적 폐 생검술을 이용하는 폐 조직 검사는 침습적이고 기흉, 객혈 등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여 조직을 많이 얻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술 조직이 아닌 조직 검사 검체로 폐암 오가노이드를 만들어야 하며, 조직 검사 시 정상 세포의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양의 중심부에서 조직을 채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 연구진은 기관지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하여 폐 병변을 찾고 급속 냉동 조직 검사(cryobiopsy)라는 방법을 사용해 정확한 위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많은 폐암 조직을 얻어 폐암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보았다. 급속 냉동 조직 검사는 폐암 병변에 냉동 프로브(cryo-probe)를 삽입하여 주변을 급속 냉동하여 조직을 채취하는 방법이며, 이 방법을 사용하면 기존의 조직 검사 방법보다 5~10배 많은 암 세포를 얻을 수 있으며, 단일 세포로의 분리도 잘 이루어진다. 또한 기관지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해서 정확하게 폐 병변을 찾아서 조직검사를 하면 경피적 폐생검과 같은 위험한 시술을 대신할 수도 있었다. 급속 냉동 조직 검사로 폐암 조직을 최대한 많이 얻고, 폐암 조직 처리 방법을 최적화하여 조직검사 검체를 이용한 폐암 오가노이드 배양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폐암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면역 형광 염색, 단일 세포 RNA 시퀀싱 분석, 3차원 이미징 및 분석을 수행했으며, 약제 스크리닝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다양한 유전적 특징을 가진 폐암 오가노이드 뱅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Cryobiopsy: A Breakthrough Strategy for Clinical Utilization of Lung Cancer Organoids”라는 제목으로 최근 Cells지에 발표했다.
급속냉동 조직검사 검체를 사용한 종양 오가노이드 배양은 이 논문에서 세계 최초로 보고되었으며, 앞으로는 수술 조직이 아닌 조직검사 검체를 사용한 폐암 오가노이드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선도적인 연구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방향
급속 냉동 조직 검사를 이용한 폐암 오가노이드 연구를 더욱 고도화하고 정밀화하여 폐암 환자들이 실제로 폐암 오가노이드를 활용하여 최적의 항암 약제를 찾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치료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유전자 유형과 PD-L1 발현을 가진 폐암 오가노이드 및 여러 항암제 내성을 가진 폐암 오가노이드 뱅크를 구축하여 제약 회사가 신약 개발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시험 대상 환자군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또한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이 최근 더욱 강조되고 있어서 의대 학생들과 후배 의사들에게도 “학문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의사과학자의 길을 소개해주고 또 응원해주고자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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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급속냉동 프로브와 초음파 기관지내시경 검사 사진, 폐암 조직검사 검체와 폐암 오가노이드 사진
그림 2. 폐암 오가노이드 3차원 이미징 (Holotomography)
그림 3. 정상 폐 오가노이드와 폐암 오가노이드 단세포 RNA 시퀀싱 분석
그림 4. 폐암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약제 스크리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