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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단백질 분해의 임상 적용 (Clinical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작성자
이지민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작성일자
2022-07-15조회수
7710타겟단백질 분해의 임상 적용
Clinical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이지민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jimin.lee@kaist.ac.kr
1. 서론
타겟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는 질병을 유발하는 인자가 단백질로까지 번역(Translation)된 이후에 해당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분해하여 없애는 기작을 의미한다. 20년 전부터 이 기작을 실제 치료제로 개발하는 기술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proteolysis-targeting chimera (PROTAC)으로 대표된다. 실제 세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TPD 메커니즘의 이해가 학교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회사에서 치료제로 개발되어 2020년에 항암제로 임상에서 검증되었다. 이는 기존에는 세포 내에 존재하여 공격하기 어려웠던 질병 유발 단백질을 없앨 수 있는 치료제가 환자에게 적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여, 기존 Undruggable했던 TPD 대상 단백질을 Druggable 대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PROTAC 기술의 핵심은 TPD 기작의 해당 기질(Substrate) 과 E3 ligase 효소가 직접적으로 만나게 하는 데 있으며, 링커로 한 쪽은 기질 연결영역으로 다른 한 쪽은 효소 연결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heterobifunctional한 합성의약품 PROTAC으로, 없애고자 하는 단백질(Protein of interest, POI)에 유비퀴틴 체인을 붙이는 E3 ligase가 멀리 떨어져 있어 단백질 양이 유지되어 질병이 유발되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20년 전에 논문에 처음 등장한 이래 2019년에 첫번째로 PROTAC 기술이 임상 시험에 들어가게 되었다(1). 잘 알려진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안드로겐 수용체의 과발현이 주요 암 발생 기작인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2020년에 임상에서 개념 검증(Proof-of-concept, POC)이 완료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하여 향후 PROTAC 기술은 기존 합성의약품, 단백질의약품으로 억제하지 못하였던 질병 유발 인자를 공격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여러 기초 연구 및 응용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세포 내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는 기작 중 유비퀴틴 체인의 형성으로 분해가 유도되는 시스템을 Ubiquitin-proteasome System (UPS)라고 부르는데, 이는 유비퀴틴 체인이 붙은 단백질만 프로테아좀으로 움직여 분해되기 때문이다(2). UPS에는 세 가지 효소가 쓰이는데, 유비퀴틴을 활성화시키는 E1 (Ubiquitin-activating enzyme), 유비퀴틴 체인 자체를 형성하는 E2 (Ubiquitin-conjugating enzyme),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비퀴틴 체인을 기질에 직접 붙이는 E3 ligase (Ubiquitin-protein ligase)로 구성된다. 이 중 UPS에 가장 핵심적인 E3 ligase와 결합이 가능한 합성의약품의 발견으로 타겟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하는 연구가 시작될 수 있었다. 하나의 예시로 E3 ligase cereblon (CRBN)과 결합하는 thalidomide를 들 수 있으며, E3 ligase마다 붙을 수 있는 합성의약품이 달라지게 된다(3). Thalidomide는 처음에는 molecular glue로 먼저 연구가 되었는데, molecular glue는 두 개의 다른 moiety로 구성되는 PROTAC과 달리 하나의 파트만 있다는 데서 큰 차이가 있다. 20년 전 concept으로만 존재했던 타겟단백질 분해가 PROTAC과 molecular glue의 성공적인 임상 진입으로 점차적으로 암이 아닌 다른 질병 영역으로의 치료제로도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4).
그림 1. PROTAC과 molecular glue의 비교 모식도
2. 타겟단백질 분해에 핵심이 되는 E3 ligase 효소의 범위와 타겟가능한 기질 단백질 종류
앞서 PoC가 검증되었다고 이야기한 두 개의 PROTAC 약물은 여성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 각각의 수용체를 기질로 이용한다. 두 호르몬 수용체는 과발현 되었을 때 유방암 및 전립선암의 발병 요인이 되는데 수용체를 합성의약품으로 단순 억제하는 것이 아닌 발현을 분해하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TPD의 핵심이며 PROTAC에서 기질에 붙는 moiety는 이 합성의약품에서 착안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PROTAC 기술의 초창기 기질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리간드(ligand)와 결합하는 수용체 위주로 시작되었다. TPD를 이용하여 양이 줄어야 하는 질병 유발 단백질은 과발현이 질병의 gain-of-function이 되어야 하며 E3 ligase의 접근이 가능한 결합 표면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고, 이러한 접근성이 기질의 해당 리간드가 있을 시 디자인하기에 용이한 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PROTACable’한 POI는 합성 의약품의 직접적인 결합이 가능한 표면만 가지고 있으면 리간드-수용체 형식의 수용체 기질이 아니어도 E3 ligase 접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어 타겟 가능한 기질 단백질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실제 세포 내에서 유비퀴틴 매개하여 붕괴되는 반감기(half-life)를 측정하여 이를 통해 TPD로 타겟하기에 적합한 기질을 선별하기도 한다.
최근 임상 2상 진행 중인 ARV-110과 ARV-471은 Arvinas회사와 Pfizer에 의해 동시 개발되고 있으며 CRBN이라고 하는 E3 ligase를 매개하는 TPD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5). CRBN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앞의 molecular glue에서 언급한대로 thaolidomide를 포함한 IMiDs (Immunomodulatory imide drugs) 계열의 합성의약품이 CRBN과 직접적인 결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CRBN 하나만으로는 모든 기질을 효율적으로 분해 또는 붕괴시킬 수 없기에 현재 알려진 600개 이상의 인간 E3 ligase 중에서 기질과 최적의 조합을 선별하는 것은 PROTAC을 포함한 TPD 약물 개발에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E3 ligase 확장 시도의 한 예로는 VHL (von Hippel-Lindau tumor suppressor)를 들 수 있는데, 질병을 유발하는 인자 중 하나인 BRD4 (Bromodomain-containing protein 4)와 결합하는 합성의약품에 VHL과 binding할 수 있는 합성의약품 mimetic을 붙이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훗날 bioPROTAC으로 명명되게 되는데 그 이유는 E3 ligase를 기질 가까이 가게 하는 두번째 moiety가 완전한 합성의약품이 아닌 VHL과 결합할 수 있는 펩타이드 (정확히는 VHL의 세포 내재적 대표적 기질 HIF-1 (hypoxia-inducible factor-1)에서 E3 ligase와 결합하는 부분)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CRBN과 VHL 이외에도 다양한 E3들이 TPD 기술에 활용되고 있는데, 타겟 단백질의 인산화에 기여하는 kinase를 억제하는 합성의약품이 우연히 특정 E3 ligase에 매우 특이적으로 작용함을 밝혀 이 합성의약품에 붙는 E3 ligase가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DDB1 E3 ligase와 붙는 CDK12 kinase inhibitor).
조직이나 세포 타입, 혹은 질병 진행 여부에 따라 특정 E3 ligase의 발현 패턴이 변하게 되는데, 이는 TPD에 관여하는 E3 ligase를 선별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VHL을 결합하게 하는 E3 ligase의 예 DT2216을 보았을 때, VHL의 발현이 혈소판에서는 낮기 때문에 DT2216이 처리되어도 혈소판으로 인해 매개되는 독성은 낮출 수가 있게 된다. 이는 VHL을 매개하여 어떠한 타겟을 없애고자 할 때 단순히 타겟을 억제하는 합성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과 부작용의 측면에서 크게 차별화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정상 세포나 조직에서는 발현되지 않고, 암과 같은 질환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E3 ligase를 발굴하고 이를 암을 유발하는 타겟의 분해에 PROTAC으로 이용하고자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3. 타겟단백질 분해 기술의 임상 적용과 질병 영역의 예시
2022년 6월 기준으로 PROTAC 기술의 가장 앞선 임상 단계는 임상 2상이다. 또한 molecular glue 단독으로 CRBN E3 ligase를 매개한 합성의약품도 임상 2상에 들어가 있다. 현재는 임상적으로 PoC가 완료되었다고 생각하지만, 2020년 전에는 4가지의 의문점이 있었다. 이는 1) 약물로의 특성을 가지는가? (Druggability), 2) 환자에게서 안전한가? (Safety), 3) 메커니즘이 정말 기질을 단백질 분해 시키는가? (Mechanism of action, MoA) 그리고 4) 치료 효과가 있는가? (Efficacy) 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이슈는 ARV-110과 ARV-471의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두가지 약물별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AR (Androgen Receptor) degrader인 ARV-110은 다른 약물의 처리가 이미 과하게 된, 표준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etastatic 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mCPRC)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었다. AR은 mCPRC 환자에게서 반드시 단백질 양을 줄여야지만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는 MoA 인자였기에 PROTAC에 매우 적합한 기질 타겟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존 표준치료에는 모두 실패한 환자군이었기에 새로운 modality의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의 환자군이라고 할 수 있었다. 420mg 정도의 tolerable한 용량에서 임상 1상이 완료되었기에 이는 safety issue를 해결했다고 볼 수 있으며, 전립선암의 효능 지표라고 볼 수 있는 PSA (prostate specific antigen)의 양으로 보아 efficacy도 목표 수치에 도달했다고 판단되어진다. 이는 2020년 10월에 임상 2상 ARDENT trial에 420mg 동일 용량으로 허가된 것을 보면 다시 한 번 druggability, safety, MoA, 그리고 efficacy 4가지 이슈가 검증되었음을 의미한다.
ER (Estrogen Receptor) degrader인 ARV-471은 전이성 유방암의 특정 환자군 (ER+/Her2-)에서 단일투여법으로 임상 1상이 진행되었다. 42%에 해당하는 clinical benefit을 가져왔으며 ER을 없애는 다른 약물과의 비교 임상에서도 우위가 검증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 2상 VERITAC study가 진행되어 있으며 이는 Pfizer의 대표약물 palbociclib (CDK4/CDK6 inhibitor)과 병용투여로 진행되고 있다. PROTAC 개념이 등장한지 20년 만에 서로 다른 환자군에서 두 가지의 약물이 각기 PoC를 입증하여 향후 더 많은 임상 검증 약물들로 TPD 분야가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두 개의 약물을 비롯하여 현재는 많은 TPD 기술이 항암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질병의 영역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임상 1상에 들어가 있는 BTK (Bruton’s tyrosine kinase)를 타겟하는 TPD 기술의 경우, 암의 촉진뿐 아니라 염증을 유발하는 주요인자이기도 하여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염증 질환을 겨냥하여 PROTAC의 타겟으로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단백질의 aggregation이 주요 질환의 원인이 되는 치매나 헌팅턴 병 등을 포함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도 PROTAC 기술은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영역에서도 원인 인자를 직접 분해시키는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4. PROTAC 이외의 타겟단백질 분해 기술과 향후 전망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합성의약품인 PROTAC 이외에도 bioPROTAC과 같은 다른 기술이 TPD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bioPROTAC이 PROTAC과 가장 큰 차이점은 타겟 단백질과 E3 ligase를 연결하는 moiety가 합성의약품이 아니라 펩타이드 리간드와 같은 단백질 단위라는 점이다. 이에 PROTAC 기술은 합성의약품이기 때문에 경구투여 약품으로 개발이 가능하나 bioPRTOAC의 경우 약물 전달을 mRNA나 DNA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시도하거나 나노파티클과 같은 딜리버리 시스템을 이용해야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bioPROTAC은 타겟할 수 있는 질병 유발 단백질을 기존 합성의약품을 리간드로 가지는 타겟 이외에 다양한 범위로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항암제뿐 아니라 넓은 영역의 질환을 억제하는 TPD 기술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합성의약품은 경구투여로 개발될 수 있다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상 세포와 질병 세포를 구별하지 못하는 부작용 이슈를 동반할 수 밖에 없는데, bioPROTAC 기술로 좀더 타겟 단백질의 특이적인 결합을 유도함으로 인해 기존 PROTAC 기술이 가지는 부작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6).
단백질이 분해되는 데에는 유비퀴틴 체인이 중요하긴 하나, proteolysis 이외에도 단백질이 분해되는 다양한 신호 체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PROTAC의 주요 단백질 분해 기작인 UPS가 아닌 비 UPS 신호를 이용하는 TPD 기술도 존재한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TPD 기술로는 리소좀(Lysosome)을 매개하는 LYTAC (lysosome-targeting chimera)이나 오토파지(Autophagy)를 매개하는 AUTAC (autophagy-targeting chimera)을 예로 들 수 있다(7). 이 중에서도 AUTAC은 PROTAC과 마찬가지로 세포 내에 존재하는 TPD 시스템을 이용하지만, LYTAC은 이와는 달리 리소좀이라는 특수 세포 소기관을 이용하는 것으로 세포밖 단백질까지 분해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LYTAC으로는 세포 표면 또는 세포 외 구획에서의 질병 유발 단백질을 분해시킬 수 있다. PROTAC의 개념이 등장한 이래로 20년만에 임상 PoC가 검증된 것을 기점으로 향후 20년간 TPD 분야에서는 PROTAC 이외의 여러 기술이 복합되어 타겟 및 질병의 다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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