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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종양DNA를 통한 유방암 치료 후 미세전이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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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작성일자
2019-12-17조회수
1051혈중 종양DNA를 통한 유방암 치료 후 미세전이 진단
김지선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jisunkim@amc.seoul.kr
암과의 숨바꼭질, 꼭꼭 숨어라 DNA 보인다
[연구 배경, 암이 癌적인 이유 그 난제를 풀어보자]
#나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나는 유방암을 수술적 방법을 통해 치료하는 사람이다. 수술을 통해 암덩어리를 제거한 후 환자는 항암치료, 표적치료 및 방사선 치료 등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암은 불현듯 돌아와 환자와 가족을 망가뜨리고, 끊임없이 의료진을 챌린지 해오고 있다. 암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를 위해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자되고 있으며 다양한 기술적 학문적 발전을 통해 우리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 또한 수십년 전에 비해 향상되었다. 수많은 신약과 새로운 수술법의 개발, 그것들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단계별 임상시험들로 쌓인 근거들에 따라 우리는 환자를 치료하게 된다.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한 번 자리잡은 이러한 근거는 좀처럼 쉽게 바뀌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단 내가 유방분과 전문의 수련을 받던 5-6년 전과도 큰 차이가 있으며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고 주요 학회 몇 번 놓치면, 가이드라인에 ‘이건 뭐지?’ 하는 내용이 등장하게 된다. 주변에서 중고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해야 나중에 공부 안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아니었다.
발병한 암을 없애는데 주력하는 영역으로 암 정복을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집중되어야 하는 것이 암의 ‘치료영역’ 이라고 한다면 나는 보다 효율적으로 암의 재발을 발견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수술 후 대다수 –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0%에 육박한다- 환자들이 ‘괜찮음(=재발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을 보게 된다. 허무하게도, 극심한 불안감을 야기하는 다양한 검사들을 통해 전신전이가 진단된다고 하여도, 증상이 생긴 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과 생존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치료를 통해 완치를 기대하기엔 늦은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유방암의 경우 표준치료를 완료한 이후 전신전이에 대한 검사는 권고되지 않는다. 나는 CT, 초음파 등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먼저 전이를 찾아내는 방법을 확인하고자 본 연구를 시작했다. 좀더 빨리 현미경적? 분자적 차원에서 전신전이의 전구를 찾아낼 수 있다면 분명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마어마하게 개발되는 신약들에 힘입어 전신전이를 미세전이 상태에서 진단할 수만 있다면 분명 막을 수 있으리라.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의 벌어진 틈새를 찾아내는 방법을 찾는 것.
#암의 이질성이 난제이다
목적과 필요성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재미없는 얘기로 돌아가자면. 암은 한 개의 세포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DNA 돌연변이를 얻게 된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른 형질을 획득하게 되며,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을 통해 무한 증식하게 된다. 급격한 세포분열 과정에서 본인과 같은 클론의 확장과 함께, 자신의 특징과 다른 ‘클론’들을 형성하게 되고 각각의 클론들 또한 마찬가지로 수많은 서브클론들로 분열하게 된다. 이렇게 확대재생산 된 암세포집단은 점점 커져 육안으로 보이는 암덩어리를 만들게 되고, 만져지는 멍울로 혹은 영상에서 발견되어 암으로 진단이 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암덩어리 내의 여러 클론들이 존재하는 것을 ‘공간적 이질성’이라고 한다. 진단된 암은 수술, 방사선 및 수많은 약물치료를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클론의 진화’로 일컬어지는, 소위 업그레이드를 이룬다. 치료제들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살아남기 쉽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적응, 도망기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클론들이 진화하여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시간적 이질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종양의 이질성은 마치 인간사회의 안정성이 구성원들의 다양성에서 기인하듯, 암이 암적인 존재가 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자 우리로 하여금 암을 ‘정복’하기가 어렵게 만든다.
#우리의 전략을 되짚어보자
처음 암이 의심될 때 대부분의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암세포의 유무를 확인하여 ‘확진’ 절차를 거치게 된다. 즉 조직검사는, 영상에서 보이는 병변의 일부를 바늘로 채취하여 현미경을 통해 암세포의 존재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최근에는 진단뿐 아니라 암의 조직에서 특정 돌연변이 유무를 평가하여 이에 대한 치료제를 선택하고 치료 중 반응 여부를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도 조직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채취한 암에서 DNA를 뽑아 약물에 대한 반응성을 유추할 수 있는 돌연변이 유무를 찾아내 그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시행하는 것으로, 암조직의 특징에 따라 치료를 가이드하는 ‘맞춤형 치료’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전이된 병변의 경우 (특히 원발암이 유방암일 경우) 위치가 대부분 폐, 뼈, 간, 뇌 등으로 바늘을 통해 조직을 얻는 과정이 꽤 침습적인 과정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암의 진화과정을 감안하여 시간에 따라 여러 차례 샘플링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정 장기에서 발병한 암이 어디까지 전이가 되어있는지 그 범위를 평가하기 위해, 혹은 치료 후 재발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영상검사를 시행한다. 하지만 영상검사는 영상에서 보일만큼의 크기가 되기 전에는, 즉 mm 단위 전에는 발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더불어 영상검사를 통해서는 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징, 특히 DNA 레벨의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혈액에서 종양 특이적 DNA 검출하기
혈액검사는 조직검사나 영상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한 검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차례 시행하는 것이 가능한 검사이다. 즉 ‘시간적 이질성’의 이슈를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 또한 혈류는 전신을 타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특정 장기에 위치한 암세포라 하더라도 DNA가 혈액으로 유입이 되면 혈액검사에서 채취될 수 있어 ‘공간적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겠다. 간, 폐, 뼈 조직을 검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크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보이지 않는 DNA 상의 돌연변이를 반드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암세포에서 혈액으로 유리된 DNA를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임상영역에서 쓰일 수 있겠고, 1)돌연변이에 따른 치료약물 선정, 2)약물반응성 모니터링, 3)미세전이의 재발, 4)일반인에서의 암 검진 영역에 도입하고자 하는 연구, 임상시험들이 진행 중이다.
[연구 내용 및 목표, 종괴를 만들기 전 DNA 수준에서 찾아내자]
저자의 실험실에서는 특히 유방암 환자의 수술 및 전신치료 후 미세전이를 보다 일찍 진단하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영상에서 보일 정도의 전신전이가 발생한 경우, 증상이 동반하여 진단되는 경우와 치료성적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신 영상검사는 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다. 거시적 전이의 전단계인 미세전이 단계에서 전이를 진단하여 빠른 전신치료를 시행한다면 생존율의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 하에, 종양특이적 DNA를 치료 후 혈액에서 추출하여 유무를 확인하고, 실제 영상에서의 전신전이보다 얼마나 먼저 발견이 되는지를 우선적으로 평가 중이다.
환자의 종양 특이적 DNA 돌연변이를 진단당시 혹은 수술 검체 시퀀싱을 통해 선정하고, 환자 종양 특이적 DNA를 매번 재발 추적 시 평가하게 된다. 표준치료 이후 없던 종양특이적 DNA가 검출된 시점과 실제 영상에서 전신전이가 확인되는 시점을 비교하여 궁극적으로 혈중 DNA상의 미세전이 시점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해서 그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암세포들이 세포단위로 존재할 때 혈액에 흘린 DNA로 찾아내서 덩어리를 만들기 전에 없애 버리는 것이 본 연구진의 연구목표이다. 수많은 영상검사들, 침습적인 조직검사를 생략할 수 있는 것은 덤으로, 검사비용의 감소를 통해 약물 보험영역의 확대 또한 노려보려는 계획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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