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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 찾은 기회, ‘사람’과 ‘데이터’로 잇는 중개의학의 미래
작성자
김윤학 (부산대학교)작성일자
2026-03-16조회수
750위기 속에서 찾은 기회, ‘사람’과 ‘데이터’로 잇는 중개의학의 미래

김윤학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생명의료정보학교실
yunhak10510@pusan.ac.kr
Pionner Lab : https://yunhakkim.pusan.ac.kr

연구를 하게 된 계기: 학문에 스며들다, 예기치 못한 파도가 데려다준 길
특별한 드라마 같은 계기는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학문을 향한 이끌림은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제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대학입시 시절, ‘일반화학’의 정갈한 논리에 매료되어 밤을 지새우던 기억은 저를 화학과로 이끌었고, 학부 시절을 거치며 그 열정은 ‘신약 개발’이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이저졌습니다. 2008년, 모든 준비를 마치고 미국 유학을 목전에 두었던 그때, 전 세계를 덮친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제 인생의 경로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놓았습니다. 가고 싶던 연구실의 교수님으로부터 “재정 문제로 외국인 학생을 받기 어렵게 되었다”는 답신을 받았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멈춤의 시간은 오히려 ‘더 깊은 본질’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약 개발의 핵심인 ‘의학’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결심으로 2010년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MD., Ph.D. 과정에 발을 내디뎠고, 그것이 오늘날 질병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치료의 가교를 놓는 중개의학 연구자로 서게 된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에피소드: 결핍에서 피어난 혁신, 독학으로 만들어진 생물정보학의 세계
저의 연구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은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과의 만남입니다. 화학을 전공하고 약리학 교실에서 세포와 동물을 다루며 G Protein Coupled Receptor (GPCR)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던 저에게 컴퓨터는 그저 문서 작성용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학위 후 국내에 남아 연구를 지속하려 했지만, 훌륭하지 못한 업적 탓인지 제안하는 과제마다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연구비도, 실험실도 없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용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과 메타분석 뿐이었습니다. CPU와 GPU의 차이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생존을 위해 구글을 스승 삼아 밤낮으로 코딩과 씨름했습니다. ‘결핍’은 저를 더 간절하게 만들었고, 뜻밖에도 생물정보학은 저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선물했습니다. 데이터 속에서 간세포암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첫 리서치펠로우 연구비를 수주했을 때의 전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연구재단의 지원과 숙명여자대학교 권우성 교수님과의 소중한 협업 덕분에 2022년 Nanoscale지에 GLUT2 관련 연구를 게재하는 성과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작한 이 길은 현재 포스트게놈 다부처사업, 바이오데이터 엔지니어 양성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부산대학교 의료정보학 전공 개설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은 새로운 능력을 깨울 기회이기도 합니다. 여러 경험을 통해 스스로 길을 내는 과정에서 만나는 귀인과 기회들은 반드시 본인의 자산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사람이 중심이 되는 연구, 함께 꿈꾸는 내일을 향해
조교수 시절에는 'IF 10점 이상의 논문'이라는 숫자가 목표였고, 부교수가 되어서는 '기술의 사업화'라는 결과물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치며 깨달은 가장 값진 진리는, 그 모든 성취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학원생, 그리고 의과대학 학부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며 저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을 배웁니다. 제자들의 열정에 동기를 부여할 때, 혼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믿기 힘든 결과물들이 탄생하곤 합니다. 연구는 고독한 천재의 전유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융합하고 소통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2026년부터 저는 교수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자 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미래 의과학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그들과 함께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하여 실질적으로 질병 극복에 기여하는 사업화 모델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데이터로 읽어내고, 이를 다시 치료 현장으로 돌려주는 중개의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Heo HJ, Park Y, Lee JH et al (2022) Clinical big-data-based design of GLUT2-targeted carbon nanodots for accurate diagnosis of hepatocellular carcinoma. Nanoscale 14, 17053-17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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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ang MS, Yu Y, Park R et al (2024) Highly Aligned Ternary Nanofiber Matrices Loaded with MXene Expedite Regeneration of Volumetric Muscle Loss. Nanomicro Lett 16, 73
4. Kim Y, Yeuni Y, Heo HJ et al (2025) Solute carrier family 2 member 2 (glucose transporter 2): a common factor of hepatocyte and hepatocellular carcinoma differentiation. PLoS One 20, e0321020
5. Kim YH, Jeong DC, Pak K et al (2017) SLC2A2 (GLUT2) as a novel prognostic factor for hepatocellular carcinoma. Oncotarget 8, 68381-68392
6. Lee H, Kim EK, Ju HY et al (2025) AP2M1 Amplification Orchestrates Notch-Mediated Chemoresistance in Hematopoietic Stem Cells of Acute Myeloid Leukemia Patients. Adv Sci (Weinh) 12, e14566
7. Leem G, Kim K, Kim J et al (2026) Comparison of second-line chemotherapy regimens in advanced biliary tract cancer: a systematic review, meta-analysis, and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Int J Surg 112, 1775-1786
8. Seo Y, Ahn JS, Lee H, Kim YH and Kim HS (2025) Melatonin synergizes with prostaglandin E2 to enhance YAP-mediated regenerative epithelial cell emergence during intestinal repair. Signal Transduct Target Ther 10,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