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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는 소아에서 독인가?

  • 작성자

    정우석 (충남대학교)
  • 작성일자

    2024-07-11
  • 조회수

    1508

전신마취는 소아에서 독인가?


 

 

정우석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과

woosuk119@cnu.ac.kr

 

연구를 하게 된 계기, 에피소드

 

2005년에 있었던 일이니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소아외과 마취를 담당하는 전공의 2년차였으며, 다음 날 서혜부 탈장으로 정규 수술을 받을 아이가 예정되어 있어서 전신마취 동의서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무 말없이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을 하면서 갑자기 저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습니다. “전신마취 후 아이가 머리가 나빠지지는 않겠죠?” 저는 아주 자신 있게 그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답변하고 다시 수술실로 내려갔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연히 어린 동물에 전신마취제를 투여 시 뇌 전반에 걸쳐 뇌세포의 세포자멸사(apoptosis)가 일어나며, 이로 인해 장기적인 인지 장애의 가능성이 보고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 아이의 부모님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있겠다는 생각과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저를 얼마나 한심하게 봤을지를 생각하니 잠자리에서 이불킥을 할만큼 부끄러웠습니다. 

다행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금방 잊고 전공의 수련을 마쳤습니다만, 우연한 기회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대학원생을 선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 잊고 있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게 되었고 고민 끝에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저의 스승님이신 김은준 교수님의 지도하에 흥분성 시냅스의 구조단백질 중 하나인 IRSp53 (Insulin Receptor Substrate of 53 kDa) 유전자가 결여된 쥐를 분석함으로써 뇌발달장애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사회성 결여(impaired sociability)의 중요 기전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재 근무하고 있는 충남대병원에서 임상과 함께 전신마취가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anesthesia-induced neurotoxicity)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내용

 

전신마취제의 신경독성(neurotoxicity)은 1999년에 처음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어린 동물에서 비교적 장시간 또는 반복적으로 전신마취를 받을 경우 뇌 전반에 걸친 뇌세포사멸(neuroapoptosis)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학습 및 기억, 우울장애, 불안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양한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결국 2016년, 2017년에 미국 식품의약청(FDA)는 산모 및 3세 이하의 어린이에 인 가 뇌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문(Safety Announcement)을 발표하였고, 현재까지도 대규모 임상 연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최근 임상 연구에서는 3세 이하의 소아에서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받을 경우 지능(IQ)의 변화는 없지만 행동발달에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어린 쥐(생후 17일)에게 전신마취제에 의한 신경학적 변화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장기적인 후유증의 가능성을 평가함과 동시에, 신경학적 변화의 기전을 분석함으로써 소아에서 보다 안전한 전신마취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연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과는 차이를 두고자 다른 접근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단순히 전신마취제를 투여하기보다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써 실제 임상 현장 수준의 전신마취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같이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연구는 단순히 일정 농도의 전신마취제를 어린 동물에게 투여했을 뿐, 적절한 농도의 전신마취제를 사용하였는지, 전신마취에 따른 혈역학적 변화와 호흡 변화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술 중 저혈압, 저산소증, 과도한 전신마취는 어린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합니다. 우리는 전신마취에 의한 신경독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 임상 수준의 전신마취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혈역학적 모니터링 뿐만 아니라, 뇌파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적절한 전신마취 농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기존의 동물 연구에서는 임상에서 사용하지 않을 정도의 과도한 전신마취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기존의 연구에서 보고된 신경독성 효과가 실제로 임상에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소아에서 전신마취 시행 시 적절한 마취 깊이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전신마취에 의한 신경독성을 예방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경독성의 잠재적 가능성 하나 때문에 무조건 전신마취의 심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실제로 전신마취를 유도하거나 수술적 자극이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마취 농도가 요구됩니다. 결국 소아에서 전신마취에 의한 신경독성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의 깊이에 따른 신경계의 변화를 파악해야 하며, 더 나아가 마취에 의한 신경학적 변화의 기전을 이해함으로써 잠재적 뇌발달 악영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전신마취에 의한 세포 대사(metabolism) 저하는 잘 알려진 사실이며, 깊은 전신마취 상태에서는 비정상적 대사 저하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 현상인 Burst Suppression (BS)이 나타납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중추적인 소기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깊은 전신마취에 따른 미토콘드리아 기능 변화와 신경독성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전신마취 중에 뇌의 미토콘드리아 산소 소모율(mitochondrial oxygen consumption rate)이 유의하게 감소하지만, 전신마취 후에는 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신호 전달 활성화 및 미토콘드리아 항상성(mitohormesis) 유지 기전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의 자연스러운 회복은 매우 다행이라고 여겨지지만, 회복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수상돌기가시(dendritic spine)에 존재하는 흥분성 시냅스(excitatory synapse)의 증가 및 흥분성/억제성 시냅스 전달 불균형(excitatory/inhibitory imbalance)도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뇌발달 중 이런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자폐와 같은 뇌발달장애의 기전으로 알려져 있는 바,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런 변화들이 과연 뇌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전신마취가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다른 질환 연구와 굉장히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자폐증을 예로 든다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특정 반복 행동하는 소아가 발견되었고, 이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 모델을 만들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신마취에 의한 신경독성은 전임상 연구(어린 동물)에서 먼저 발견되었으며, 이후에 임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인간에서도 뇌발달 중 전신마취의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전신마취에 의한 인지 기능, 특히 학습 능력과 같은 지능(IQ)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임상 연구에서는 전신마취가 지능지수(IQ)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그 외의 다양한 행동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최근 소아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신마취제인 케타민을 어린 쥐에 반복적으로 투여할 경우, 지능에는 영향이 없으나 추후 중독에 취약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뇌발달 중 전신마취에 의한 신경학적 변화는 단순히 존재 여부를 묻는 폐쇄형 질문이 아닌 개방형 연구 과제로 인식하고 접근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https://www.fda.gov/drugs/drug-safety-and-availability/fda-drug-safety-communication-fda-review-results-new-warnings-about-using-general-anesthetics-and

2. https://www.fda.gov/drugs/drug-safety-and-availability/fda-drug-safety-communication-fda-approves-label-changes-use-general-anesthetic-and-sedation-drugs

3. W. Chung et al (2017) Sevoflurane Exposure during the Critical Period Affects Synaptic Transmission and Mitochondrial Respiration but Not Long-term Behavior in Mice. Anesthesiology 126, 288-299.​

4. X. Ju et al (2020) The mTOR Inhibitor Rapamycin Prevents General Anesthesia-Induced Changes in Synaptic Transmission and Mitochondrial Respiration in Late Postnatal Mice. Front Cell Neurosci 14, 4.

5. Y. Lee et al (2021) General anesthesia activates the mitochondrial unfolded protein response and induces age-dependent, long-lasting changes in mitochondrial function in the developing brain. Neurotoxicology 82, 1-8.

6. X. Ju et al (2021) Increasing the interval between repeated anesthetic exposures reduces long-lasting synaptic changes in late post-natal mice. J Neurochem 156, 76-87.

7. J. Cui (2022) Repeated ketamine anesthesia during neurodevelopment upregulates hippocampal activity and enhances drug reward in male mice. Commun Biol 5, 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