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분자생물학회입니다.
욕망과 중독
작성자
최형진 (서울대학교)작성일자
2024-12-12조회수
684욕망과 중독
욕망은 어떻게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가?
중독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최형진
서울대학교
hjchoi@snu.ac.kr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
(There is no sincerer love than the love of food.)”
—조지 버나드 쇼
“고통을 회피하는 것과 쾌락을 원하는 것은 모든 행위의 두 가지 시동장치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
서론
모든 동물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먹어야 한다. 따라서, 먹고 싶은 욕망은 건강, 항상성, 생존을 위해, 유익한 욕망이다. 하지만, 과연 먹고 싶은 욕망이, 우리를 건강하게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때로는, 혹은 현대인에게는, 먹고 싶은 욕망이 오히려 반대로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먹지 않는다. 쾌락을 위해 먹는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뭘 맛있는 것을 먹을까?”. 행복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기쁨이다.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먹는 행위가 생존의 수단을 넘어, 맛있고 잘 먹는 경험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람들은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음식을 통해 얻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처럼 일상적인 먹는 즐거움 뒤에는 소비를 유도하려는 자본의 오랜 전략이 숨어 있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고, 이제는 자본이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의 성과를 활용해 우리의 선택을 교묘히 조종하고 있다. 마약, 담배, 도박 등에서처럼, 탐욕스러운 자본은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며 중독을 유발한다. 특히 음식 중독은 우리의 일상에 가장 널리 퍼진 형태로 자리 잡았다.
대학 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수년간 일했던 필자는, 잘못된 식습관으로 고통받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을 수없이 만나왔다. 심지어 당뇨병이나 심근경색으로 중환자실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환자조차 간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이들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음식을 끊지 못하는 전형적인 중독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필자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대사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음식 중독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2015년부터는 임상 진료를 중단하고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필자는 음식 중독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전반에 점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론
필자는 이런 중독의 신경과학 기전이,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뇌인지과학적 기전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실의 연구 범위와 연구 방식을 기획하였다. 뇌과학 기전의 “진리 탐구”를 기반으로, 음식 중독, 비만, 대사질환, 심뇌혈관질환에 시달리는 인간을 돕는 “인류 구원” 응용적 가치를 추구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사람을 돕는 신약 개발의 응용 마지막 단계는 하지 않고, 이 중간 중개연구적 단계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하는 동물들은, 쥐-원숭이-사람으로 한정하기로 하였다. 대학원 시절에는 세포실험도 많이 했었으나, 선택과 집중하기 위해, 살아 깨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쥐로부터 원숭이에 이어, 뇌과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소규모 임상시험까지 수행하기로 기획했다.
구체적으로는 동물 모델 연구와 임상시험 각각의 독특한 실험적 장점을 활용하는 중개 연구를 수행한다. 동물모델에서는 생물학적인 기전을 직접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수술적 모델, 약물 투입 모델, 질환 모델, 유전자 조작 모델 등을 활용한다. 임상시험을 통해서는, 설문지, 인지 과제, 표현형 평가들을 사용하여, 종합적인 신경기능분석을 수행한다. 인간 조직 연구를 통해서, 기초생물학적인 연구에서 새로 발견된 발병 원인 물질들의 위치와 발현양 등을 직접적으로 분석한다. 최종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 개발한 치료법의 임상적 효용성을 검증한다.
20년간 이 주제에 깊이 고민한 결과,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구조를 먼저 정리해보기로 하였다. 자연 선택과 진화를 통하여, 동물은 생존을 위한 먹기와, 번식을 위한 짝짓기를 최적화하여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하도록 진화해 왔다. 이런 복잡한 행동을 최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모든 고등 동물에서는 여러 심리적 요소들이 진화했다. 욕구 감소(Hull 1943), 기본적 욕구 충족을 위한 동기 발생(Maslow 1954), 행동은 보상을 얻는 과정이며 욕망과 쾌락이 관련 있음(Shultz 2016), 욕망과 쾌락의 역할을 구분(Berridge 2023) 등 다양한 과거 이론이 있었다.
이런 이론들과 현대 여러 새로운 뇌과학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필자와 필자 연구팀은 통합적으로 행동 조절 요소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Normative approach 관점에서, 생존을 최적화를 위해 진화적으로 만들어 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최적 생존에 필요한 심리 요소들을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과거 이론은 용어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기에, 혼동이 있을 수 있어, 이런 동물의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영어와 한국어 어휘에서 유사한 단어를 가져와서 사용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기존 이론과는 용어 의미 사용이 다를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한 행동 조절을 위한, 첫 번째 요소는 예상되는 결핍에 기반한 경고(알람)가 있어야 하고, 이를 필요(need)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두 번째 요소는 직접적인 행동의 유발하는 힘이 있어야 하고, 이를 동기(motivation)으로 부르기로 하였다. 세 번째 요소로 현재 행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평가와 지침이 있어야 하고, 이를 쾌락(pleasure)으로 부르기로 하였다. 네 번째 요소로 최근 과거 얼마 시간 동안 행동들의 종합적 결과에 대해 최종적인 평가와 지침이 있어야 하고, 이를 효용(utility)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필요와 동기가 이번 행동을 유발한다. 행동의 결과인 쾌락과 효용을 바탕으로 이번 행동에 대해 평가하고 기억을 입력하여, 다음 행동에서 무엇을 선호하고, 무엇을 피할지 다음 행동에 대한 선호(preference)를 형성(shape)하면서, 점점 더 생존과 번식에 최적의 방향으로 학습이 누적되어 간다.
최근 2023년 Nature Communications, 2024년 Science, Neuron, Science Advances 등 여러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들은 항상성 유지를 위한 기본 심리요소들을 하나하나 규명하는 연구들이다. 에너지에 대한 필요(need, 배고픔), 욕망(motivation, 식욕), 쾌락(pleasure, 음식 쾌락), 효용(utility, 음식 영양 가치), 인지 및 예측(prediction, 음식 인지) 등을 각각 뇌에서 담당하는 신경이나 생물학적 기전을 하나하나 찾아 발표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위에서 설명한 동물 행동 조절을 담당하는 심리 요소들에 대한 이론적 기획을 기반으로 수행되었다. 이와 같이 본 연구실은 이런 필요, 동기, 쾌락, 효용이 어떻게 이번 행동을 유발하고, 기억을 형성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행동 조절 뇌과학 기전에 대한 “진리 탐구”를 하는 동시에, 위고비 같은 신약 개발의 타겟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의료기기나 심리치료 방법으로 실용화 연구 개발을 다양한 회사들과 함께 공동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결론
현대 사회에서 먹는 즐거움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지만, 이는 종종 자본주의 산업이 만들어낸 조작된 쾌락일 수 있다. 식품 산업은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며, 우리의 욕구와 선호를 조작해 음식 중독을 조장한다. 이는 건강 문제와 직결되며,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과거 아편, 알코올, 도박 등 다양한 중독 사례에서 보듯, 사회는 규제를 통해 진화해왔다. 이런 규제가 만들어지고, 사회가 건강해진 배경에는 이 중독에 대한 과학자들의 과학적 증명(예. 담배가 중독이다.)이 필수적이었다. 우리 과학자들이 이런 뇌과학 기전에 대해 더 잘 연구하여,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고, 이를 사회에 설득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우리가 인위적이고 불필요한 쾌락에서 벗어난다면, 산업이 세뇌한 쾌락에서 벗어나 더 건강하고 진정한 행복의 원천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본 연구실 주요 연구
1. GLP-1 Increases Pre-ingestive Satiation via Hypothalamic Circuits in Mice and Humans. Science. 2024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j2537
2. Hypothalamic neuronal activation in non-human primates drives naturalistic goal-directed eating behavior. Neuron. 2024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896627324002368
3. A Normative Framework Dissociates Need and Motivation in Hypothalamic Neurons. Science Advances. 2024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o1820
4. Lateral Hypothalamic Leptin Receptor Neurons Drive Hunger-gated Food-seeking and Consummatory Behaviours . Nature Communications. 202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7044-4
5. A Unified Theoretical Framework Underlying the Regulation of Motivated Behavior. Bioessays. 2024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bies.202400016
배경 문헌
6. Volkow, N.D. (2017). The dopamine motive system: implications for drug and food addiction. Nat Rev Neurosci
7. Berridge, K. C. (2023). Separating desire from prediction of outcome value. Trends Cogn Sci.
8. Shultz, W. (2016). Dopamine reward prediction-error signalling: a two-component
9. Maslow, A. H. (1954). Motivation and personality. Harpers.
Response
10. Hull, C. L. (1943). Principles of behavior: an introduction to behavior theory. Appleton-Century.